가끔 컴퓨터가 되는 꿈을 꾸곤 한다. 그 꿈은 너무나 생생해서 컴퓨터가 인간이 되는 꿈을 꾼 건지 착각할 정도이다. 그러나 분명히 인간은 컴퓨터가 되는 꿈을 꾸지만 그건 예지몽이며, 컴퓨터 또한 인간이 되는 꿈을 꾼다. (혹은 연산한다.) 인간은 컴퓨터를 사용하며 그 작동 방식을 모방하고, 컴퓨터는 인간의 신경망을 모델로 삼으며 더 정교하게 자신의 창조자의 복잡계를 모방해 간다. 만약 우리의 의식이, 그리고 인간의 실체가 세상이 물질과 정보가 뒤얽힌 인포스피어(infosphere)에 진입했다면, 컴퓨터과학자 한스 모라벡(Hans Moravec)의 말처럼 인간 또한 정보의 혼돈계적 패턴의 일종일 것이다.
그런데 인공지능 또한 정보의 패턴이다. 그렇다면 지능(intelligence)과 영혼(spirit)의 차이는 무엇인가? 인간은 생각하는 생물로서의 독자적인 지위를 상실했나? 이렇게 동시대에 다시 부활한 코기토(cogito)에 대한 논쟁은 소모적이다. 인간임(being human)은 고유한 초월적 개념이 아니라 문명사적으로 발명된 개념이다. 자기비판성, 그리고 자기 인식이라는 근대적 특성의 판본으로 고정되었던 인간임은, 이제 매일 엑사바이트(Exabyte) 단위로 생성되는 정보의 바다에서 새로이 업데이트되고 있다. 철학자 레자 네가레스타니(Reza Negarestani)는 ‘마음’이 단순한 주관적 현상이 아닌, 객관적으로 구성되고 변화할 수 있는 기능적이고 규범적인 실체라 말한다.[1] 우리의 마음, 그러니까 인간의 마음은 사회적 맥락에서 접힌 주름이자, 정보의 바다에서 탄생한 인공물이다.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攻殻機動隊, Ghost in the Shell)》(1995)에 등장하는 인공생명체 인형사 (人形使い, puppet master))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것은 역동적인 환경 속에서 변하기 마련이다. 지금의 너로 머무려 애쓰는 그 노력이 너를 제한한다. […] 기억은 정의될 수 없지만, 그것이 인간을 정의한다. 컴퓨터의 출현과 그에 따른 계산할 수 없는 양의 데이터 축적은 인간의 것과 병렬적인 새로운 기억과 사고 체계를 탄생시켰다.” [2]
김다슬은 존재가 명확한 윤곽을 잃고 데이터의 파편처럼 떠다니는 시대에 자신을 하나의 이미지로 경험한다. 현실 감각은 희미해지고, 스스로는 반복적으로 실행되는 코드, 픽셀을 채우는 렌더러, 혹은 화면 뒤에서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노동하는 프로그램처럼 느껴진다. 그는 세계와 자신의 경계가 희미할수록 세계가 무한히 확장되며 그 안에서 자신은 무한히 축소되는 역설을 경험한다. 존재는 점차 흐려지며 인포스피어 속으로 사라져간다.
전시에서 김다슬은 자신의 존재감을 ‘깊은심도’, ‘풍경시표’, ‘확산모델’이라는 세 개념으로 시각화한다. 전시의 제목이자 중심 개념인 ‘깊은심도’는 대상과 배경을 명료하게 포착하는 사진적 상태로, 현실과 가상 모두를 동일한 선명도로 마주하려는 작가의 태도를 드러낸다. ‘풍경시표’는 초점이 맞춰진 대상과 흐릿한 주변의 경계를 측정하는 시력검사법으로, 작가는 이를 통해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서 흔들리는 초점, 즉 명확히 규정되지 않는 되기의 과정을 은유한다. 마지막으로 ‘확산모델(Diffusion Model)’은 무작위 노이즈에서 점진적으로 이미지를 형성하는 확률적 생성 방식이다.[3] 생성된 이미지는 노이즈와 같은 무작위적 정보에서 각 정보의 파편이 맵핑(maping)된 성좌(constellation)와도 같다. 이미지는 학습된 정보의 피드백을 통해 노이즈에서 추출되는데, 이는 우리가 창조라 여기는 그 행위의 과정을 모방한 것이다. 창조는 우리의 마음이 학습과 테크닉을 통해 레퍼런스를 매핑한 결과이다.
김다슬은 데이터와 이미지가 혼재하는 세계 속에서 존재를 구성하는 방식을 탐구한다. 작가는 디지털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며, 존재의 고정된 정의를 넘어 그것이 재구성되는 과정 자체를 탐구한다. 그것은 존재가 결코 명확히 정의될 수 없다는, 혹은 끊임없는 연산을 통해 갱신된다는 현대적 조건에 대한 사변적 제안이기도 하다. 현실의 추상화 경향은 날마다 가속되지만, 우리의 마음이 저 디스플레이와 눈 사이의 어디쯤 스며들고 있다는 느낌만큼은 명료하다. (글. 윤태균)
[1] Reza Negarestani, Intelligence and Spirit (London: Urbanomic), 2018, p.49~57.
[2] 오시이 마모루, 《공각기동대》, 1995.
[3] 작가노트 참조.

김다슬 개인전 《깊은심도》
2025. 7. 5. - 2025. 7. 19. (월, 화 휴관)
13:00~19:00
BCL (서울시 성북구 삼선교로14길 48, B1)
주관_ BCL
협력기획 및 서문_ 윤태균
포스터_ 신명준
설치_ 이재호
도움_ 최소리, 한대웅
———
Kim Dasul 《Deep DOF》
5 JULY - 19 JULY 2025 (Mon, Tue off)
PM 1-6
BCL (B1, 48, Samseongyo-ro 14-gil, Seongbuk-gu, Seoul)
Hosted by BCL
Curatorial Support and Exhibition Text by Yoon Taegyun
Graphic Design by Shin Myeongjoon
Installation Support by Lee Jae Ho
Support by Choi Soree, Han Daew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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